나의 생각/블로그 외 주제 40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은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고전 명화 의 원작으로 더 유명합니다. 어쩌면 원작자인 쇼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그 영화의 원작자라는 게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쇼는 1950년에 죽었기에 1964년 제작된 그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보지 못했지만, 쇼가 살아 있는 동안 1938년 영화로 만들어진 적도 있지요. 그리고 쇼는 그 영화에서 대본 각색 쪽을 맡았고, 그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노벨상과 아카데미상을 받은 유일한 인물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버전과 쇼의 원작은 내용과 표면적인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초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그건 쇼의 원작 희곡에서 영화 버전과 달리, 여주인공 일라이자가 귀부인 마님이 되지 않는 결말이 된 이유와도 이어집니다. 쇼는 ..

만들어진 전통 2-빅토리아 여왕과 순백색 웨딩드레스

오늘날 웨딩드레스가 새하얀 드레스인 건 아주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얀색 웨딩드레스 이외의 옷을 입고 결혼식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것처럼 느껴질 기세입니다. 이쯤 되면 전통처럼 여겨지는 것을 넘어서, 법칙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웨딩드레스가 서양에서 유래된 것만은, 옷의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혼식에서 신부가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은, 서양에서도 전통적인 것이었을까요? 좁은 의미에서 전통적인 결혼식 의상은 아니었습니다. 19세기 중반,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하면서 입은 웨딩 드레스가 시초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빅토리아 여왕 이전에는 결혼식 드레스의 색상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

만들어진 전통 1 -스코틀랜드의 타탄 체크 무늬

스코틀랜드에는 특유의 체크 무늬가 전통처럼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바 타탄이지요. 스코틀랜드의 복식인 킬트도 타탄 무늬를 넣어 짠 천으로 만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른바 전통 있는 가문에서는 가문별로 타탄 무늬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주 낭만적이면서도 의미 있고 멋진 전통일 것 같습니다. 유서 깊은 가문마다 따로 내려져오는 무늬가 있고, 그 무늬는 다른 가문과 비슷하지만 결코 같지 않다는 것. 자기 가문만의 무늬를 새긴 옷을 입은 사람들이 행사에서 모이면, 아주 멋지고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저 타탄 무늬가 대대로 내려져온 것이 아니라 특정 기간에 '만들어졌다'라는 것 역시 꽤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스코틀..

유밀과, 조선시대와 현대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직접 규제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흉년이 들면 곡식으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한 경우가 자주 있었지만, 그 이외에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애초에 조선시대에는 이른바 사치스러운 식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이유도 컸겠지요. 심지어 궁중 요리에서도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는 음식은 거의 없고,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요리를 복잡한 공정을 거쳐서 정성 들여 만드는 음식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드물게 조선 시대 나라에서 직접 수시로 규제한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한과인 유밀과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유밀과는 값싸고 부담 없이 구할 수 있는 한과입니다. 재료도 밀가루와 꿀 정도이고, 무늬를 새긴 틀에 찍어서 만들기에 공장에서 대량생산하기에도 좋기 때문입니다. 그..

서자와 사생아의 차이와 번역 이야기

예전에도 블로그에서 언급한 조세핀 테이의 추리소설 번역본은 한국인 정서에서 좀 의아하게 느껴질 부분이 있습니다. http://ariesia.tistory.com/78 셰익스피어가 그린 절대악인 리처드 3세(1452-1485)는 잉글랜드 요크 왕조의 3대 국왕이자 마지막 왕입니다. 헨리 7세 바로 전의 왕이라고 하는 쪽이 더 빠르겠지요. 15세기 말 잉글랜드에서는 30년에 걸친 내전이 일어나는데, 이 ariesia.tistory.com 헨리 7세가 랭커스터 가문의 먼 친척이라지만, 직계 조상이 서출이었다는 식의 문장입니다. 그리고 그걸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나오지요. 여기서는 '서출'이 감히 왕위를 욕심내는 것이 경악할 만한 일인 것처럼 묘사되기도 합니다. 한국 정서로는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서자여..

창의적인 설정과 짜임새에 대한 생각-오르치와 스칼렛 핌퍼넬, 구석의 노인

스포일러 주의. 소설 스칼렛 핌퍼넬 시리즈와 구석의 노인 시리즈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기발한 설정은 잘 만들어내는데, 막상 활용은 제대로 못 하는 작가. 제가 20세기 소설가인 에마 오르치의 작품을 읽었을 때 느낀 감정입니다. 에마 오르치의 대표작은 과 입니다. 그리고 이 두 작품은 각각 오늘날까지 인기있는 설정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냈지요. 은 정체를 감추고 영웅적으로 사람을 구하는 복면 영웅의 시초 격인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은 사건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않고, 사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만으로도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안락의자 탐정의 원조 격인 캐릭터지요. 수십 년 넘도록 창작물에서 되풀이되는 인기 있고 창의적인 설정을 두 개나 만들어내다니! 이렇게만 정리하면, 대중문화 분야에서..

창의적인 설정과 짜임새 이야기-로베르 드 보롱과 성배

로베르 드 보롱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국내에 번역출간된 보롱의 책은 일단 나름대로 공동저술이기는 한데, 다른 작가 쪽의 비중이 더 높은 하나밖에 없지요. 하지만 로베르 드 보롱이 만들어낸 설정 하나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겁니다. 바로 아서왕 전설의 성배입니다. 어쩌면 성배 전설이 아서왕 문학서 시작되었다는 것부터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아서왕 전설과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작품에서도 성배 설정을 차용하는 일이 워낙 많은데다,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 등 숫제 관용구처럼 쓰이는 일도 종종 있으니까요. 중세 시절, 아서왕 전설은 그야말로 이야기의 화수분같은 소재였습니다. http://blog.daum.net/ariesia/60 중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