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블로그 외 주제 40

[리뷰대회] 현대 한국의 디아스포라

*벌집과 꿀의 리뷰 대회 참여작입니다. 벌집과 꿀은 디아스포라 단편들을 묶은 단편집같은 책입니다. 좁은 의미의 디아스포라만 생각했다면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을 읽고 좀 당혹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 같은 사건이 직접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 큰 사건 때문에 사람들이 졸지에 고향이나 고국을 떠나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등의 이유로 단체로 포로로 낯선 곳으로 끌려가는 이야기는 더더욱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주인공 격인 인물들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디아스포라는 넓은 의미에서는 고향이나 고향처럼 기댈 곳을 잃거나, 그런 곳이 아예 없어서 정처 없이 떠돈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며, 이 책 속의 이야기는 그 넓은 의미의 디아스포라에 잘 들어맞는 내용들이 하나씩 전개..

여덟 인생을 살아야 했던 이야기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부터 한 사람이 여덟 가지 인생을 살았다고 대놓고 말해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입부에서 묵미란 할머니를 보면서 그 할머니가 여덟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라고 곧바로 생각이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묵미란 할머니는 그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한 계획을 철저하고 복잡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 같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묵미란 할머니가 살아 있는 동안 무려 여덟 가지의 인생을 살았던 그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더욱 놀라게 됩니다. 그토록 평범해 보이던 묵미란 할머니, 인적사항을 여럿 만들여서 동시에 여러 인물로 행세하면서 들키지 않는 일 같은 걸 해내지는 못할 것 같던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니. 혹시 평범해 ..

번역 이야기-정부와 애첩, 그리고 정부와 후궁의 의무와 권리 사이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다루는 책에서 빠지지 않는다고 해도 될 정도로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루이 16세가 루이 15세의 맏손자이자 후계자이던 시절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에 시집왔을 때, 루이 15세의 애인이던 뒤바리 부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뒤바리 부인은 루이 15세와 결혼하지는 않았고 왕비도 아니었지만, 루이 15세의 애인으로 궁정의 실세였습니다. 하지만 루이 15세의 딸이자 공주들은 뒤바리 부인을 싫어했고, 마리 앙투아네트 왕세손비에게 뒤바리 부인을 싫어하도록 부추겼습니다.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공식 행사에서 뒤바리 부인에게 말을 한 마디도 걸지 않았습니다. 당시 프랑스 궁정에서는 신분이 낮은 사람은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했기에, 더욱 무게감 있는 일이었지요. 그리고..

헬레네, 왕비와 여왕 사이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헬레네는 신화에서부터 인간 중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되었으며, 트로이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 헬레네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묘사에 따르면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왕비였으며,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와 결혼한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헬레네가 스파르타의 왕비 자리를 포기하고, 트로이 왕자인 파리스를 따라서 트로이에 가면서, 메넬라오스 및 메넬라오스와 동맹 관계라도 할 수 있을 여러 그리스 국가들이 트로이를 공격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이 저렇게 묘사된 것을 보고, 이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꽤 많았을 것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왕비인데, 국왕이라면 그냥 다른 여자를 새 왕비로 들이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신화에서는 그만큼 헬레네가 ..

만들어진 전통 3 - 티아라

유럽 왕족들이 참여하는 행사에서, 의상에 대해서는 격을 따지는 드레스 코드 같은 것이 있습니다., 가장 격이 높은 단계는 일명 화이트 타이라고 불리며, 부부 동반 행사에서 남성들은 연미복을 입고 여성들은 드레스를 입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티아라라는 왕관 같은 머리 장식을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티아라는 공식 행사 등에서, 유서 깊은 가문이나 왕실을 대표하는 상징처럼 연출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왕족이 참여할 때에는 왕실에서 전해지는 티아라를 쓰는 것이 온당한 예법처럼 여겨지기도 하지요. 특히 영국에서는 귀족 가문들이 가문마다 가문을 상징하는 티아라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그 가문의 티아라는 결혼식이나 화이트 타이 행사 등에서 착용하는 것이지요. 이에 따른 예법도 있습니다. 가문 티아라..

데뷔 무도회 등의 현대 사교계 귀족문화

개인적으로 사교계 데뷔 무도회, 즉 데뷔탕트 무도회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다소 엉뚱하게도 오페라였습니다. 책을 읽다가, 알게 된 것이었지요. 오페라 극장 티켓 중 가장 비싼 티켓이 바로 빈 슈타츠오퍼, 즉 빈 국립 오페라극장의 사교계 데뷔 무도회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전 그 때에만 해도 데뷔 무도회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귀족이 있던 시대에 귀족들이 사교계 데뷔 무도회라는 행사를 가졌고, 귀족 신분제가 사라진 뒤에도 전통 행사처럼 이어진 것 정도로 생각했지요. 사교계 데뷔 무도회가 빈 국립 오페라극장만의 전통 행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건 훨씬 뒤였습니다. 사교계 데뷔 무도회 문화가 처음 생긴 것은 영국입니다. 사교계 문화는 나라마다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국왕의 정부가..

살리카법에 대해서

살리카법은 흔히 동양식 남계 상속처럼, 남자 후손만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법처럼 여겨지고는 합니다. 이른바 왕위계승의 살리카법은 대개 그런 의미로만 통용되었기에, 결과적으로는 대충 들어맞기도 합니다. 그리고 살리카법을 남녀차별처럼, 여성이 후계자가 될 수 없는 제도로만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살리카법은 딸이 후계자가 될 수 없는 것이기에, 우회적으로 딸의 후손이 후계자가 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가능하기는 했습니다. 외손자가 물려받거나, 아예 사위를 공식적인 후계자로 삼아서 딸과 사위의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지요. 딸이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법률 조항이 처음 기록된 것은 중세 초기입니다. 그 떄에는 땅을 가진 영주는 직접 전투에 나서야 하는 의무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 리뷰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38502&start=pbanner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는 리뷰 포스트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의 전쟁편입니다. 역사에 남은 여러 전쟁들을 통해서, 역사적 사건의 흐름과 그 여파, 연관된 사건 등 다양하고 폭넓은 테마를 다룹니다. 세계사는 어렵게 느껴지기 십상인 분야이고, 전쟁은 더더욱 그런데, 이 책은 세계사 속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잘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전쟁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거나 관심받을 법한 주제란, 대개 단순히 유명한 인물끼리 전투를 벌였다거나, 아주 이례적으로 인원이 적은 군대가 대군을 물리쳤다는 사례 정도에만 국한될 때가 많습니다. 조금 더 자세..

고독한 얼굴 리뷰-산에 오른다는 것, 그리고 그 너머

알라딘의 고독한 얼굴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는 서평입니다. 개인적으로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호오로 따지면 부담스럽고 힘들어서 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애써서 등산해서 나름대로 산 정상에 도달한 적이 있을 떄에도, 뿌듯함이 아니라 무의미하다는 허무함 같은 감정을 느끼는 감성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 등산을 기피하는 것을 넘어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 등산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라는 걸 알았다면, 어쩌면 전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등산이 소재라면 어차피 이해하지도 못하고, 재미도 느끼지 못할 거라고 단정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을 읽은 사람으로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등산을 ..

롤랑의 노래, 라그나로크, 종말이 예정된 옛이야기

북유럽 신화에서 독특한 점으로 흔히 거론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줄줄이 나오는 가운데,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거지요. 그것도 모든 것의 종말,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로 기존의 북유럽 신들은 모두 싸우다가 죽는 등 사라지게 될 거라는 이야기. 그 뒤에는 새로운 세상이 오리라는 식의 희망찬 후일담이 있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저 결말을 의식하면, 북유럽 신화의 갖가지 다양한 일화를 감상할 때 아무래도 맥빠지는 느낌이 들게 되고는 합니다. 어차피 모두 다 종말을 맞을 텐데...같은 기분. 그리고 처음 작가 본인은 의도할 리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된 전설 테마가 있습니다. 중세 기사 문학 중 이른바 샤를마뉴와 기사 전설. 돈 키호테가 특히 좋아한 기사소설로도 알려진 가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