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67

<예프게니 오네긴>과 무위도식 과시 댄디 문화

예전에도 오페라로 블로그에서 언급한 적 있는 은 푸슈킨의 작품을 원작으로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오페라로, 러시아 오페라 중 가장 인기 있고 널리 공연되는 작품입니다. http://ariesia.tistory.com/43 차이코프스키의 , 과일 따는 아가씨들이 노래를 부르다 차이코프스키의 은 러시아의 국민 시인으로 추앙받는 푸슈킨의 동명의 작품을 오페라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러시아 문화권에서도 손꼽히는 인기를 누리고 있고, 러시아 밖에 ariesia.tistory.com 그리고 주인공인 오네긴은 이른바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주인공다움과는 거리가 멀지요. 편지로 사랑고백하는 아가씨를 거절한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별 것도 아닌 일로 친한 친구와 결투를 하고 친구를 총으로 쏘아 죽게 하고, 자기가 거절했던 아가..

고전소설 <인현왕후전>과 조선 궁중암투 창작물에 대한 생각

고전소설 은 과 와 함께 3대 궁중문학 고전소설로 법칙처럼 꼽힐 정도로 오늘날에도 유명한 고전소설입니다. 장희빈 이야기가 사극으로 여러 차례 만들어질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가 높았는데, 아마 의 인기와 지명도도 한 몫을 했을 겁니다. 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궁녀 장옥정은 중전이 되고 싶어하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고, 국왕 숙종의 총애를 얻어 아들을 낳고 희빈 자리에까지 올라 희빈 장씨가 됩니다. 현숙한 인현왕후를 악독한 후궁인 희빈 장씨가 모함해서 쫓아내고 희빈이 중전이 되지만, 사필귀정 권선징악 이야기처럼 모든 것이 밝혀지고 인현왕후는 다시 왕비로 복위하게 됩니다. 장씨는 다시 후궁 희빈으로 강등되고, 인현왕후에게 원한을 가져 저주하자 인현왕후는 죽게 됩니다. 그리고 저주 사건이 밝혀지자 장씨는 사약을 ..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 리뷰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38502&start=pbanner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는 리뷰 포스트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의 전쟁편입니다. 역사에 남은 여러 전쟁들을 통해서, 역사적 사건의 흐름과 그 여파, 연관된 사건 등 다양하고 폭넓은 테마를 다룹니다. 세계사는 어렵게 느껴지기 십상인 분야이고, 전쟁은 더더욱 그런데, 이 책은 세계사 속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잘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전쟁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거나 관심받을 법한 주제란, 대개 단순히 유명한 인물끼리 전투를 벌였다거나, 아주 이례적으로 인원이 적은 군대가 대군을 물리쳤다는 사례 정도에만 국한될 때가 많습니다. 조금 더 자세..

사진 시대에 인기 있던 초상화가, 클림트

AI기술로 일러스트풍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 그림의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뉴스가 수시로 들려옵니다. 그와 동시에 일러스트풍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에 대한 시장 수요가 자연히 낮아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일러스트풍 그림작가들은 어떻게 될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세기 사진이 발명되었을 때, 그림의 초상화 분야에서는 이미 거의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화가들에게는 초상화 수요가 컸고, 초상화가 그림 분야에서 수준 높은 그림으로 대우받으면서 의뢰비 내지 그림값도 비싸게 받을 수 있었는데, 사진이 발명되면 그런 초상화 그림 수요가 끊기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인물 그림 화가라는 예술분야 및 직업 자체가 사장될 거라는 식의 예측도..

고독한 얼굴 리뷰-산에 오른다는 것, 그리고 그 너머

알라딘의 고독한 얼굴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는 서평입니다. 개인적으로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호오로 따지면 부담스럽고 힘들어서 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애써서 등산해서 나름대로 산 정상에 도달한 적이 있을 떄에도, 뿌듯함이 아니라 무의미하다는 허무함 같은 감정을 느끼는 감성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 등산을 기피하는 것을 넘어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 등산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라는 걸 알았다면, 어쩌면 전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등산이 소재라면 어차피 이해하지도 못하고, 재미도 느끼지 못할 거라고 단정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을 읽은 사람으로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등산을 ..

러시아 전통모자 코코슈닉, 전통의 범위에 대해서

옛날 러시아 문화권을 그린 그림에서는 여성이 반달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코코슈닉이라는 러시아 전통 여성용 모자입니다. 코코쉬닉, 코코슈니크 등으로 표기되기도 합니다. 코코슈닉의 모양은 아주 다양합니다. 둥그렇게 머리를 둘러싸는 모양의 머리 장식이면 코코슈닉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코코슈닉은 러시아식 민속 의상 자체로 여겨질 정도로, 러시아의 전통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한 모자입니다. 16세기 즈음 처음 나타나기 시작하며,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 때부터 슬슬 러시아풍 의상으로 궁정에서도 입게 됩니다. 19세기에는 아예 러시아 궁정에 여성이 들어오려면, 코코슈닉이나 코코슈닉풍 머리장식을 써야 한다는 드레스 코드 의상 예법도 만들어졌습니다...

롤랑의 노래, 라그나로크, 종말이 예정된 옛이야기

북유럽 신화에서 독특한 점으로 흔히 거론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줄줄이 나오는 가운데,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거지요. 그것도 모든 것의 종말,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로 기존의 북유럽 신들은 모두 싸우다가 죽는 등 사라지게 될 거라는 이야기. 그 뒤에는 새로운 세상이 오리라는 식의 희망찬 후일담이 있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저 결말을 의식하면, 북유럽 신화의 갖가지 다양한 일화를 감상할 때 아무래도 맥빠지는 느낌이 들게 되고는 합니다. 어차피 모두 다 종말을 맞을 텐데...같은 기분. 그리고 처음 작가 본인은 의도할 리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된 전설 테마가 있습니다. 중세 기사 문학 중 이른바 샤를마뉴와 기사 전설. 돈 키호테가 특히 좋아한 기사소설로도 알려진 가 바로 ..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은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고전 명화 의 원작으로 더 유명합니다. 어쩌면 원작자인 쇼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그 영화의 원작자라는 게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쇼는 1950년에 죽었기에 1964년 제작된 그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보지 못했지만, 쇼가 살아 있는 동안 1938년 영화로 만들어진 적도 있지요. 그리고 쇼는 그 영화에서 대본 각색 쪽을 맡았고, 그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노벨상과 아카데미상을 받은 유일한 인물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버전과 쇼의 원작은 내용과 표면적인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초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그건 쇼의 원작 희곡에서 영화 버전과 달리, 여주인공 일라이자가 귀부인 마님이 되지 않는 결말이 된 이유와도 이어집니다. 쇼는 ..

로코코 드레스, 이른바 목가적 테마

마리 앙투아네트가 로코코 시대 기준으로는, 화려함이 덜하고 나름대로 소박한 디자인의 옷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꽤 유명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좋아한 옷은 당시 기준으로는, 목가적이라는 말을 듣던 스타일이 맞기는 합니다. 특히 로코코 시대의 드레스는 레이스, 리본 등이 굉장히 화려하게 장식된 스타일이기에, 상대적으로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저 글만 보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냥 소박한 옷을 좋아했다고만 하기에는 여러 모로 애매합니다. 18세기 로코코 시대에 목가적인 분위기란, 오늘날 떠올리는 목가적인 분위기와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 대신 목가적인 별장에 가까운 트리아농 궁전을 좋아했다는 것이, 사치스러움을 싫어했다는 의미일지언정 현대적 의..

만들어진 전통 2-빅토리아 여왕과 순백색 웨딩드레스

오늘날 웨딩드레스가 새하얀 드레스인 건 아주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얀색 웨딩드레스 이외의 옷을 입고 결혼식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것처럼 느껴질 기세입니다. 이쯤 되면 전통처럼 여겨지는 것을 넘어서, 법칙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웨딩드레스가 서양에서 유래된 것만은, 옷의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혼식에서 신부가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은, 서양에서도 전통적인 것이었을까요? 좁은 의미에서 전통적인 결혼식 의상은 아니었습니다. 19세기 중반,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하면서 입은 웨딩 드레스가 시초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빅토리아 여왕 이전에는 결혼식 드레스의 색상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