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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대에 인기 있던 초상화가, 클림트

아리에시아 2022. 10. 1. 15:35

AI기술로 일러스트풍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 그림의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뉴스가 수시로 들려옵니다.

그와 동시에 일러스트풍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에 대한 시장 수요가 자연히 낮아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일러스트풍 그림작가들은 어떻게 될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세기 사진이 발명되었을 때, 그림의 초상화 분야에서는 이미 거의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화가들에게는 초상화 수요가 컸고, 초상화가 그림 분야에서 수준 높은 그림으로 대우받으면서 의뢰비 내지 그림값도 비싸게 받을 수 있었는데, 사진이 발명되면 그런 초상화 그림 수요가 끊기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인물 그림 화가라는 예술분야 및 직업 자체가 사장될 거라는 식의 예측도 꽤 많았던 모양입니다.

당시에는 그림 묘사가 사실적이고 정교할수록 잘 그린 그림이라고 여기는 풍조가 있었는데, 그런 분야에서는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그리는 그림이 사진을 안정적인 공급 분야에서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진이 보급된 이후, 미술계는 사진을 찍는 것과는 다른 그림이 주류가 됩니다.

단순히 사실적이고 정교한 묘사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화풍이 강조되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그 중에는 사진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화풍도 있습니다.

또한 초상화 분야에서도, 그림으로 그린 초상화 명맥은 사실상 끊기게 됩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사진이 발명된 뒤에도 꾸준히 초상화 주문을 받았으며, 오히려 더욱 인기를 끌게 된 화가가 있습니다.

바로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입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

<키스>는 사진만으로도 황금빛이 흘러넘치는 듯한 클림트 특유의 묘사와 화풍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당시 클림트는 저런 황금빛 화풍으로 유명했습니다.

금박을 아낌없이 썼고, 단순히 금박을 붙이는 것 이상의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효과를 그림으로 표현하고는 했지요.

 

클림트는 초상화에서도 저런 화풍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단순히 모델의 사진을 그대로 찍기만 하는 사진으로는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모습을 초상화로 그렸고, 그래서 사진 시대에도 클림트의 초상화만은 수요가 끊기지 않고 쭉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오히려 사진이 발명된 이후, 클림트의 초상화가 더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초상화 중에서 경매 가격이 제일 높은 1억 5천만달러에 팔린 것으로도 유명한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이 이런 화풍으로 그려진 클림트의 초상화 중 하나입니다.

1907년 작품으로, 사진이 발명된 시대를 훌쩍 넘어서 무려 20세기에 초상화로 의뢰된 작품이지요.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

 

기계가 사람의 예술을 대체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사진이 발명된 이후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까지의 미술계가 이미 경험처럼 겪었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20세기 미술의 전례 내지 대답은 이렇습니다.

 

그 기계로는 묘사할 수 없는 작품을 그려내는 예술가가 있다면, 기계로 옛 예술작품 같은 결과물을 내놓게 된 시대에도 계속 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