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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전통 3 - 티아라

아리에시아 2023. 10. 7. 15:15

유럽 왕족들이 참여하는 행사에서, 의상에 대해서는 격을 따지는 드레스 코드 같은 것이 있습니다.,

가장 격이 높은 단계는 일명 화이트 타이라고 불리며, 부부 동반 행사에서 남성들은 연미복을 입고 여성들은 드레스를 입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티아라라는 왕관 같은 머리 장식을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티아라는 공식 행사 등에서, 유서 깊은 가문이나 왕실을 대표하는 상징처럼 연출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왕족이 참여할 때에는 왕실에서 전해지는 티아라를 쓰는 것이 온당한 예법처럼 여겨지기도 하지요.

특히 영국에서는 귀족 가문들이 가문마다 가문을 상징하는 티아라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그 가문의 티아라는 결혼식이나 화이트 타이 행사 등에서 착용하는 것이지요.

이에 따른 예법도 있습니다. 가문 티아라가 있는 귀족 가문의 아가씨가 결혼할 때에는 결혼식에서는 친정 가문의 티아라를 쓰고 결혼합니다. 그리고 결혼한 남편에게 가문의 티아라가 있을 경우, 남편 가문 측 티아라는 결혼식 이후에 착용한다는 것입니다.

 

드레스에 티아라를 착용하는 스타일이 가장 격이 높은 드레스코드로서 유명하고, 귀족 가문이나 왕실을 상징하는 유서 깊은 티아라 이야기도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마치 티아라는 국왕이 왕관을 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아주 오래된 전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귀족이나 왕족의 여인들이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입던 옛날 시대에는, 마치 전통을 지키듯이 다들 티아라를 쓰고 있었을 것만 같은 이미지지요.

 

하지만 막상 티아라의 역사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에 여성들이 티아라의 원형이 된 머리 장식을 착용하기는 했습니다. 편의상 로마 시대의 티아라는 고대 티아라, 화이트 타이 행사에서 착용하는 티아라는 드레스용 티아라라고 쓰겠습니다.

그리고 고대 티아라는 드레스용 티아라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신고전주의 시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의상을 따라한 엠파이어 드레스를 입는 등 고대풍 스타일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엠파이어 드레스에 대한 내용을 다룬 예전 포스트입니다.

https://ariesia.tistory.com/160

 

건강을 해치는 패션과 개량한 패션

유행하는 패션스타일이 움직이기 불편하거나 신체 건강에는 해로운 것은 유럽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일어났던 현상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유행하는 스타일 자체를 버리는 경우는 많지

ariesia.tistory.com

 

그리고 바로 그 신고전주의 시대에, 비로소 오늘날의 티아라 장신구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드레스용 티아라를 유행시킨 최초의 인물이 바로 나폴레옹의 첫째 황후인 조제핀입니다.

 

티아라를 거의 최초로 유행시킨 조제핀 황후. 티아라를 쓴 초상화입니다

 

오늘날의 티아라는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은 이후, 1800년 즈음에서야 조제핀 황후가 유행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윤성원의 <세계를 매혹한 돌>111페이지에서 116페이지의 내용에 따르면, 막상 이 티아라 유행은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그렇게 오래가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1880년대 이전까지는 왕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1880년대 즈음부터는 왕족이 아닌 사람들도 활발하게 티아라를 구입하고 착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유행은 몇십 년 가지 않았고, '1910년에 들어서면서 이미 파리에서는 티아라가 구식 패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곧이어 뉴욕에서도 인기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티아라가 다시 패션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1세기 이후이며, 거의 백 년 동안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오직 영국에서만 티아라가 꾸준히 착용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왕실 행사나 귀족 행사 등이 공식적으로 남아있고 열리는 나라는 영국 정도이기에, 티아라가 오랫동안 전통처럼 이어진 예법처럼 여겨지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