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러시아 문화권을 그린 그림에서는 여성이 반달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코코슈닉이라는 러시아 전통 여성용 모자입니다.
코코쉬닉, 코코슈니크 등으로 표기되기도 합니다.
코코슈닉의 모양은 아주 다양합니다. 둥그렇게 머리를 둘러싸는 모양의 머리 장식이면 코코슈닉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코코슈닉은 러시아식 민속 의상 자체로 여겨질 정도로, 러시아의 전통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한 모자입니다.
16세기 즈음 처음 나타나기 시작하며,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 때부터 슬슬 러시아풍 의상으로 궁정에서도 입게 됩니다. 19세기에는 아예 러시아 궁정에 여성이 들어오려면, 코코슈닉이나 코코슈닉풍 머리장식을 써야 한다는 드레스 코드 의상 예법도 만들어졌습니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녀인 아나스타샤 니콜라예브나 로마노바 여대공은 생존설, 사칭 사건 등으로 아주 유명한 인물입니다. 20세기 후반에야 아나스타샤는 1918년에 가족과 같이 학살되었다는 게 밝혀졌지요. http://blog.daum.net/ariesia/53
그리고 아나스타샤 등 러시아 황녀들의 사진이나 초상화 등을 보면, 저런 코코슈닉 머리장식을 착용한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코코슈닉은 19세기 이후 러시아 이외 유럽 나라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풍 패션 아이템으로 유행했으며, 코코슈닉 모양을 본딴 티아라도 유행했습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가 결혼식 때 썼을 정도로 제일 좋아한 티아라도 바로 코코슈닉풍 티아라인 프린지 티아라입니다.
그런데 이 코코슈닉이 르네상스 시절 유럽에서 유래되었다는 추측이 있습니다. 일명 프렌치 후드, 프랑스식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인 앤 불린의 초상화 등에서 보이는 프랑스식 후드가 기원이라는 것이지요.
러시아 민속 자체로 여겨질 정도로 유명한 러시아 전통 모자가, 유럽에서 기원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만약 그게 진짜라면, 러시아의 전통이라는 것이 희석되는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외국에서 유래했다고 해도, 몇백년간 이어지면서 다양하게 변했다면, 그건 그 나라의 전통이라고 일컫기에 충분한 역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조격인 유럽에서조차 몇백년 후 코코슈닉을 러시아풍으로 인식할 정도로, 원산지에서도 그 동안 잊혀진 사례라고 하면 더 말할 것도 없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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