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화 중에 많이 패러디되는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 외젠 들라크루아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몇 손가락 안에 꼽힐 듯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곳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투쟁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며, 그 앞을 프랑스 국기를 든 여인이 이끌고 있는 이미지는, 그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보았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사람들이 투쟁하는 모습을 나타난 이미지 중에서, 어쩌면 가장 유명한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이 1789년 프랑스 혁명을 묘사했다고 통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이미지 자료로 삽립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아니라, 1830년의 7월 혁명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에는, '1830년 7월 28일'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대중 투쟁을 묘사한 작품이, 어느새 프랑스 혁명을 다룬 작품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가장 유명한 사례일 겁니다. <레 미제라블>에서도 바리케이드를 비롯해 민중봉기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민중봉기는 1832년 6월의 파리 봉기지만, http://blog.daum.net/ariesia/29 1830년의 7월 혁명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한 술 더 떠 프랑스 혁명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레 미제라블>의 경우는 많은 축약본에서 6월 봉기의 배경 부분을 삭제하는 수준으로 축소하는 경우가 많기 떄문에 오해할 수 있다는 변명거리라도 있지만,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그런 식의 변명거리조차 없지요. 등장인물들이 버젓이 19세기 옷을 입고 있는걸요.
하지만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고 오인되는 것을 마냥 착각이라고로만 치부할 수만도 없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는 1830년 7월 혁명의 기록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투쟁에 나서는 모습 그 자체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프랑스 혁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에, 이 작품은 너무나도 딱 들어맞습니다. 비단 프랑스 혁명뿐만이 아니라, 민중 투쟁 자체의 이미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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