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와 역사의 만남/전통파와 혁신파

현대 오페라의 시작,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아리에시아 2015. 9. 18. 16:55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 한 4부작의 연작 오페라입니다. 바그너 자신의 분류에 의하면, 서막에 해당하는 <라인의 황금>, 1막 <발퀴레>, 2막 <지크프리트>, 3막 <신들의 황혼>으로 이루어진 구성이지요. 바그너 자신은 이 연작을 서막이 곁들여진 3부작 오페라로 기획했습니다만, 서막에 해당하는 <라인의 황금>도 워낙 장대한 작품이라, 4부작으로 통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4부작 중에서 <발퀴레>는 작품 외적으로 상당히 유명한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영화음악 등에 널리 쓰여서, 오페라에 관심 없는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발키리의 기행'이 바로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곡입니다. 이 오페라에서는 북유럽 신화 원전에서는 시녀로 등장하는 발키리라는 존재를 강인한 여전사로 설정했는데, 이 오페라가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오히려 대중문화 등에서는 발키리를 여전사로 묘사한 작품이 많아지기도 했지요. http://blog.daum.net/ariesia/16

 

 

<니벨룽의 반지> 연작은 4부작을 모두 공연하면 공연시간이 도합 열다섯 시간에 이르는 대작입니다. 대락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라인의 황금>에서는 막대한 힘을 가지게 되지만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저주받은 황금으로 반지를 만들어, 반지의 저주가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발퀴레>의 중심 줄거리는 최고신 오딘이 발키리/발퀴레인 브륀힐데에게 지크문트를 죽이라고 하는데, 브륀힐데는 지크문트를 구하기 위해 그 명을 어긴다는 이야기로, 지크문트는 아들 지크프리트를 낳게 되지만 브륀힐데는 오딘에게 봉인되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지크프리트>에서는 지크문트의 아이 지크프리트가 자라난 이야기와, 지크프리트가 브륀힐데의 봉인을 풀고 둘이 서로 커플이 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하지만 <신들의 황혼>에서 <라인의 황금>에 나왔던 저주받은 황금이 얽히면서, 사랑 이야기는 여러 인물들의 음모가 얽히고 설킨 끝에 파국을 맞게 됩니다. 지크프리트는 일종의 마법에 걸려서 브륀힐데를 잊었다가 음모에 빠져 살해당하게 된 것이지요. 브륀힐데가 아내로서 지크프리트 곁으로 가겠다고 장대하게 독백하고, 저주받은 황금으로 만든 반지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4부작 오페라의 막이 내립니다.

 

 

그런데 이 <니벨룽의 반지>가 초연되었을 때, 관람객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는 기록이 전합니다. 초연의 관객석의 분위기는 당혹함 자체였다고 합니다. 그때까지의 오페라 작품과는 분위기가 너무나 달랐거든요.

 

19세기 오페라 작품은 멜로디를 곁들인 대사라고 할 수 있는 '레치타티보'와 노래를 부르는 '아리아'로 분류되어 작곡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유명한 오페라 작품들이 거의 이 시대지요. 그런데 <니벨룽의 반지>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아리아가 없습니다. 19세기 오페라에 익숙한 관점에서 보면, 바그너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대사만 줄줄 늘어놓은 작품으로 보이기 십상이었지요. 그리고 바그너는 자신의 다른 작품들도 이런 형식으로 작곡했습니다.

 

처음 선보였을 때는 엄청나게 파격적으로 여겨지던 작품도, 시간이 지나 후대의 사람들이 보면 왜 그렇게 파격적이라는 것인지 이해를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도, <니벨룽의 반지>가 초연되었을 때 관객들이 얼마나 당혹했을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19세기의 유명한 다른 오페라와 바그너의 작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만 해도, 바그너의 작풍이 얼마나 독특하고 이채로운지를 느낄 수가 있거든요.

 

 

 

 

모든 오페라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입니다. 1853년 초연된 작품입니다. kbs중계석 방영분으로, 한글 자막이 달려 있습니다.

 

 

카이 뢰리히, 마르코 옌치, 캐서린 네이글스테드가 공연한 <발퀴레> 1막 영상입니다. 한글 자막이 달려 있습니다. 별도의 무대장치나 무대의상 없이, 성악가들이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한 영상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형식의 공연을 주로 갈라 콘서트라고 부르며, 세계적으로는 콘체르탄테라는 명칭이 널리 쓰입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오페라는 <나비 부인>, <투린도트>를 작곡한 푸치니 정도를 제외하면 19세기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에도 오페라는 꾸준히 창작되었지요. 20세기 이후의 오페라는 대개 현대 오페라로 분류되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현대 오페라는 19세기 이전의 오페라와는 분위기가 너무나 다릅니다. 아리아가 따로 없고, 오케스트라 선율로 등장인물들의 감정 등을 표현하는 작품이 많지요. 20세기 이후의 오페라 중에서는 오히려 아리아가 있는 작품이 드물 정도인데, 고전으로 남은 오페라 중에서는 푸치니 작품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니벨룽의 반지>4부작을 비롯한 바그너의 작품은 이런 흐름의 효시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