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과학의 만남/역사를 밝힌 과학

신라 천마도는 기린인가 천마인가, 현대과학의 대답

아리에시아 2015. 4. 11. 11:56

1973년, '신라 155호분'으로 불리던 무덤을 정식 발굴하기 시작합니다. 신라 155호분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유물들이 쏟아져나왔고, 여러 점이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천마도'가 발견되면서, 이 무덤은 천마총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천마도의 이미지입니다.

 

천마도를 벽화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만, 천마도는 벽화가 아니라 안장의 말다래에 장식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안장의 양옆, 등자 안쪽에 장식처럼 부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천마도의 정식 명칭은 '천마도장니'지요. 장니가 바로 말다래를 뜻하는 것입니다.

 

'천마도장니'를 사용하는 모습을 복원한 모형입니다.

 

 

'천마도'의 그림을 실측복원한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천마도'에 그린 그림이, 실은 천마가 아니라 기린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천마'의 목에 갈기가 휘날리는 것처럼 그려진 것은 갈기가 아니라 신령한 기운이 휘날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며, 꼬리 모양 등 여러 가지 특징도 말이라기보다는 기린에 가까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2009년 천마도의 적외선 사진이 촬영되어 공개된 후, 기린설은 급격히 힘을 얻기 시작합니다.

 

'천마도'의 적외선 사진입니다. 실물 사진과는 느낌이나 인상이 다릅니다.

붉은 동그라미로 그려진 부분은, 적외선 사진에서 기린설을 뒷받침하는 가장 유력한 근거로 제시된 부분입니다. 무언가 삐죽 튀어나온 형상이 있는데, 이것은 뿔 한 쌍을 그렸다는 것입니다. 말이라면 뿔이 있을 리 없지만, 기린은 뿔이 달린 동물입니다.

 

중국 신화에 나오는 기린입니다. 현실 세계의 기린과는 이름만 같은 별개의 동물입니다. 신령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수컷은 기, 암컷은 린이라고 불리고, 수컷에게는 뿔 한 쌍이 있다고 합니다. 사슴의 몸, 소의 꼬리, 말의 발굽을 지닌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기린이 출현하는 것은 더없이 상서로운 현상으로 여겨졌고, 성인이 출현할 전조로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천마도의 그림이 천마인가 기린인가의 논쟁은 끝나게 되었습니다. 학계에서는 천마도의 그림이 기린이 아닌 천마를 그린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논쟁을 끝낸 것은, 천마인가 기린인가의 논쟁에 불붙였던 현대과학이었습니다.

 

 

천마총에서는 '천마도'와 함께 넓적한 대나무판 같은 유물도 발굴되었습니다. 이 유물은 일단 말다래판으로 불렸으나, 보존상태가 너무나도 나빠 형태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 말, 현대과학기술이 총동원된 첨단 감식기법 및 보존기술로 이 말다래판을 덮고 있던 더께를 제거하고 면밀하게 복원하자, 놀라운 형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말의 모습을 조각한 금동판이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 금동판의 형상은 이론의 여지 없는 말의 모습이었습니다. 동물의 머리는 영락없는 말의 머리이며, 이런저런 마구를 갖춘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고 '천마도'와 유사한 형상을 하고 있고 같은 곳에서 발굴되어, 천마도장니와 같은 세트로 제작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천마도라 부르던 유물이 천마를 그린 것인지 기린을 그린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명확한 결론을 찾게 되었습니다.